조금 긴 글을 적어보려 합니다.
개발과 관련되지 않은 다소 TMI가 많이 있어요 😮
코로나 이전의 삶
이제는 이 단어가 어색할 수 있는데, 코로나는 2020년 2월에 본격적으로 시작이 되었다.
반대로 이 블로그는 2020년에 멈췄다.
코로나 이전 당시 나는 개발이 제일 재미있었다.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았고 또 그것을 공부하는게 때로는 압박감이 있었지만 성취감이 더 컸다.
주말마다 모각코 스터디를 했었는데 아침 10시쯤 카페에 모여서 17~18시까지 각자 자유롭게 공부해서
공부한 내용들을 공유하는 모임이었다.
연애를 했을 때라 주말에 공부하는게 쉽지 않았는데 짬을 내서라도 참여했고,
솔직히 개발 공부하는게 더 재미있었다.
무엇이 나를 미치게 만들었을까?
주니어 시절이었기에 열정도 있었겠지만,
그 시절에 공부를 열심히 해둬야 나중에 좋은 개발자가 될 수 있다는 글을 언제인지 읽었었다.
인사이드 아웃2를 보면 "불안"이라는 감정이 때로는 "성장"과 연결된다는 것을 보여주었는데,
내가 딱 그랬던것 같다. 지금 공부하지 않으면 나중에 힘들 것이라고.
불안이라는 감정이 동기가 되어 나를 노트북 앞에 앉혔고,
개발이 재미는 있었지만 알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때로는 벅차기도 했다.
코로나 시기
코로나의 공포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행되었고,
나 또한 내가 코로나에 걸려서 가족들과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칠까 봐 누구를 만나기가 꺼려졌다.
코로나가 퍼지고 스터디를 나갈 수 없게 되었고, 회사도 재택근무로 바뀌었다.
하루종일 집에만 있었는데 이때부터 나의 관심사가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주식이다.
주식이 폭락하기 직전에 주식을 시작해서 하락빔을 다 맞았고
피 같은 내 돈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퇴근 후, 주말에 하루종일 유튜브를 봤다.
거창한 주식 공부를 한 것은 아니고 생태계를 이해하고 싶었다.
그 시기 경제 유튜브가 많아졌고, 정보를 많이 수집할 수 있었다.
코로나 시기 동안 나를 포함해 사람들은 주식, 코인에 관심을 많이 가졌고,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주식 시장은 호황이었다.
때 돈 벌어서 은퇴를 했다느니, 돈이 복사된다느니, 침팬지가 주식 골라도 수익이 난다... 등 그랬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노동의 가치는 희석되었다.
열심히 공부하고 전문성을 기르면 뭐 하나? 내가 잘 때 월급 이상의 돈을 벌 수 있는데...
오히려 묵묵히 공부하는 게 더 바보 같았다.
나 또한 대단한 수익이 난 것은 아니지만 유의미한 성과는 있었다.
그렇게 점점 자기 계발과 멀어져 갔다.
그동안 열심히 했으니 게임도 하고, 취미도 만들고, 재밌는 것도 보고...
조금은 쉬자.... 조금만 더 쉬자......
스스로를 합리화했다.
코로나 이후
지금의 아내에게 모든 시간을 쏟고 열심히 연애한 결과
2023년 12월 어쩌면 인생의 가장 큰 이슈일지도 모를 이벤트인 결혼을 하게 되었다.
과거의 연애와 달리 연애하기 바빠서 자기 계발을 할 여유는 없었다.
아니 어쩌면 자기 계발을 안하는 모습으로 조금씩 길들여지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인간으로서 나 자신을 더 가꾸고, 아내와 많은 시간을 보냈기에 결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자기 계발은 나에게 주요 관심사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러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내가 개발 공부를 너무 안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회사 일이든 개인적으로든 공부는 하고 있었지만 블로그로 기록하지는 않았다.
내가 시장에서 잘 팔리는 개발자일까?
객관적으로 나의 기술력은 어떤가?
회사에서 나보고 갑자기 나가라고 하면 난 어느 회사로 갈 수 있을까?
AI 시대에 개발자의 수명은? 5년 이후에도 개발 일을 할 수 있을까?
문득 자기 객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블로그에 대하여
한창 블로그를 열심히 할 때는 방문자가 하루에 적게는 2천 명, 많게는 5천 명까지 유입되었다.
신입 개발자로서 공부했던 것을 정리하는 공간이었고, 딱히 블로그가 잘되길 바라고 글을 썼던 것은 아니었다.
정말 순수한 마음으로 나와 비슷한 문제를 가진 사람들이 문제 해결을 바라는 마음과
나중에 내가 다시 보려고 나만의 언어로 기록하기 위함이었다.
영향력이 커질수록 뿌듯함, 성취감이 커지고 기뻤지만, 부담도 있었다.
내가 잘못된 내용을 기록하는 건 아닌지,
현업에서 써보지도 않은 것을 혼자 공부해봤다고 마치 아는 것 마냥 기록하는 건 아닌지...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공부한 것을 잘 정리하는 것에 왜 부담을 느꼈어야 했었는지 잘 모르겠다.
엄청 대단한 사람이라도 된 것처럼 거만했던 것 같다.
코로나 이후 자기 계발과 점점 멀어졌고,
위와 같은 부담 때문에 블로그로 손이 안 가게 되었다.
그래도 다행인지 배운 건 기록을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성격 탓에
그동안 경험하고 배운 것들은 개인 공간에 잘 기록하고 있었다.
몇 년 사이에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
이제는 모르는 내용은 구글링 하지 않고 Chat GPT, Claude, Perplexity, Copilot, Cursor AI 등
AI 기반의 툴을 이용하여 문제를 해결한다.
당연히 구글링 보다 히트율이 몇 배는 좋아서 생산성이 말도 안 되게 좋아졌다.
즉, 블로그 검색을 많이 안 한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나는 왜 다시 블로그를 시작하려는 걸까?
1) 정체성
자신을 소개할 때, 재직 중인 회사 말고 나를 소개할 무언가가 있을까?
만약 내가 좋든 싫든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을 때, 나를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요즘은 유튜브, 인스타, 블로그 등 여러 매체를 통해 자신을 브랜딩 한다.
내가 나중에 무엇을 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개발자로서 전문성을 나타내는 방법은 블로그가 최적이다.
물론 블로그를 수단으로 이용할 생각은 없다. 온전히 나의 공부를 기록하는 공간이다.
개발자로서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수단으로 생각한다.
2) 현실에 안주하지 말자
새로운 기술 공부한다고 업무에서 써먹니?
지금 능력으로도 충분히 좋은 성과내고 있는데 왜 힘들게 시간 내서 공부해?
과거의 내가 이런 생각을 했다.
AI 툴을 많이 사용할수록 편하고 생산성이 좋아졌지만, 점점 내가 바보가 되는 것 같았다.
AI가 알려주는 대로 하면 잘 되지만, 깊이 있는 공부는 꾸준히 해야 남들과 다를 것 같았다.
또 AI를 통해 얻은 새로운 지식들을 잘 정리하는 것도 내 몫이다.
3) 열정
예전부터 장인들을 좋아했다.
돈을 많이 벌든 사회적으로 인정 받든 말든 상관없이,
내가 좋아서 열정적으로 그 일을 해내는 장인들의 정신이 부러웠다.
거창하게 말하면 꿈을 위해 나아가는 사람들이겠다.
개발자라는 직업으로 일하는 동안은 내 자신이 우스워보이거나 이 일을 가볍게 여기고 싶지 않다.
그것을 글로써 발자취를 남겨보고자 한다.
지금까지 내가 블로그에 손을 댈 수 없었던 (손을 대지 않았던..) 이유와
다시 시작하려는 이유를 적어봤다.
개발자로서 짬을 내서라도 공부했던 그 열정이 식었다는 것은 부끄럽기도 하지만
그래도 한 인간으로 봤을 때는 한 발씩 나아가고 있었다.
학창 시절에 아버지가 했던 얘기가 있다.
"공부는 때가 있는 거라고. 공부가 잘 안 되고 그럴 땐 쉬는 것도 방법이다."라고.
지난 세월 동안 충분히 잘 쉬었다.
이제는 더 늦지 않게 다시 시작해보려고 한다. 적절한 때가 온 듯 싶다.
이번에 GD도 7년 만에 가수로 컴백했는데, 나는 4년밖에 안 됐다 ^^
아직 충분히 젊고, 그동안의 경험들을 잘 기록해보려 한다.
과거처럼 매몰되지는 않더라도 꾸준히 이어나가자.
When you feel like quitting remember why you started.
그만두고 싶을 때 왜 시작했는지 기억하라.
초심을 잃지 말라는 뜻.